어제 하루 '아무 것도 하지 말기 놀이'를 했다.
청소, 빨래, 분리수거를 하고 (그 행위들은 나에게 '아무 것'도 아닌 의미)
깨끗하진 방바닥에 찰싹 늘어붙어 있다가
별안간 저 아래서 불쑥 충동질하는 무언가가 느껴졌다.
뭔.가.하.고.싶.다.
스타 얼라이언스 '한 붓 그리기(세계 일주)' 예약 시스템에 들어가 10만 마일로 할 수 있는 세계일주 코스를 짰다. 프린트해서 책상 앞에 붙여 두었다. 현재 가진 마일은 8만6천. 내년까지 10만 마일은 쌓일 것 같으니, 서른 살 된 기념으로 세계 일주 한번? 이러면서 혼자 뿌듯해 했다.
8월호 기획 회의를 준비하려고, 교보문고 사이트를 뒤적거리다가
별안간 업계 선배들이 과거에 쓴 책들에 꽂혀
이 선배는 몇 년차에 이 책을 썼나, 요런 것들을 따져보았고
스마트폰 관련 뉴스가 많아서 어떻게 우리 아이템으로 가공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
'뉴 미디어 시대의 컨텐츠'에 대해 깊이 공부하는 학교에 가고 싶어져서
이런저런 대학원 사이트를 들락거렸다.
요는 '내 것'을 쌓고 싶다는 욕망인 것 같다. 어느 잡지에 소속된 에디터의 것이 아닌, 내 것.
돌이켜 생각해보면
저 세가지 욕구는 모두 아주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느나, 내가 해소하지 않은 것들이었다.
여행을 많이 다니긴 했지만, 장기간 훌쩍 떠나있는 여행은 해본 적이 없어서 늘 꿈꿔 왔었고
내 책 갖기는
계약서 사인까지 하는 등 실현이 될 뻔했다가 건강을 먼저 챙기자는 결심에 접어 두었었고
대학원 역시 2003년에 이 회사 들어오기 직전까지는 고민했던 진로 중 하나니까.
그러고 보면
한번 마음이 동했던 일들은
시도라도 해봐야 그 생각이 없어지는 것 같다.
나름대로 '시도'라는 것에 몰두했던 연애에 있어서만큼은 저런 류의 허기가 없는 걸 보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진다.
옆자리 후배는
"선배, 이번 마감에 쫑팀(목차, 판권 등 기사 이외의 페이지를 제작하는 일) 하셔서 그래요. 쫑팀이 여간 고된 게 아니잖아요. 쉬고 나면 괜찮으실 거에요" 라고 하지만
나는 이미 알고 있나 보다.
이런 식의 심장 벌렁거림은 쉰다고 괜찮아지는 게 아니란 걸.


























